개척일기 3

김성원 목사의 개척일기 3

‘목사님, 목사님은 어떤 교회를 하실 건가요?’ 한 집사님이 조심스레 다가오더니 자그마하게 질문을 던진다. ‘혹시 이 집사님이 분립하는 교회에 함께 하시려나?’ 기대반 기쁨반으로 냉큼 ‘이런, 이런 교회입니다’라고 대답하려다 멈출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 질문의 이면에는 ‘교회는 목사가 하는 것’이라는 전제를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교회는 목사가 하는 것이니깐 교인은 그냥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라는 이런 종류의 오해가 한국교회에 깔려 있는 것 같다. 최근 교회 안에서 발생하는 목회자들의 윤리문제들을 보면 결국 그 안에는 목사의 교만과 교인의 방조라는 고름덩어리가 짜여지지 않은체 방치되고 있는 것을 본다. 그럼으로 새롭게 분립하여 시작하는 교회는 이 전제를 깨트리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어떤 교회를 개척할 것인가?’ 라는 이 질문을 가지고 목사가 먼저 이런 교회를 하겠다고 선언해 버리면 교인들 앞에 놓이는 위의 질문은 객관식으로 변한다. 목사가 이런 교회를 하겠단다. 따라갈 것인가, 말 것인가? “마음에 든다 – 따라간다”, “마음에 안 든다 – 목사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가라 그래라” 그럼으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하는 모든 교인들이 하도록 해야 한다. 결코 목사가 독단적으로 앞서 나가면 안 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도 떠오른다. ‘교인들 뜻대로 교회를 시작하겠다고? 목사로서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야?’ 왜냐하면 개척목사에게는 의무가 있다. 개척목사의 역할은 단순한 개척 프로세스의 진행자, 그 이상이다. 아직 개척멤버가 모이지도 않는데 누구의 뜻을 모아 교회를 시작한다는 말인가? 지금은 비전을 제시하고 설득해서 함께 교회를 개척할 동지들을 모을 때다. 교인들은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누군가 깃발을 들고 같이 가자고 해도 갈까 말까 한데, 알아서들 하라면 누가 가겠는가? 변화를 시도하되, 목사가 일을 주도하는 방식에 익숙해진 교인들의 현실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머리는 이상을 향하되 발은 현실에 둬야 한다.

개척목사는 진실해야 한다. 뜻이 있으면 적절하게 밝히는 게 좋다. 음흉하면 안 된다. 결국 목사의 뜻대로 다 할 거면서 과정이 민주적이고 개혁적인 척, 교인들의 의견을 듣고 따르는 척 시늉만 하면 곤란하다. 교인들을 들러리로 세우면 안 된다. 개척목사는 소명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 모세처럼 떨기나무 앞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바로에 대항하여 목숨 걸고 싸우며, 홍해를 향하여 손을 내밀어서 광야로 백성을 인도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목사님은 어떤 교회를 하실 건가요?” 나는 거기에 답을 하고자 한다.

분립 개척교회의 정체성은 모교회인 분당우리교회와의 관계 속에서 탄생한다. 분립 교회는 모교회의 자식이다. 자식은 부모를 닮지만 부모와 같지는 않다. 마찬가지로 분립 교회는 모교회와 공통점을 있지만 동시에 자기만의 특징을 드러낼 것이다. 그리고 그 특징은 모교회와 달리 분립 교회가 새로 시작하는 교회이며, 규모가 작은 교회라는 점에서 나올 것이다. 분립 교회는 어떤 교회가 될 것인가?

첫째는 분립할 개척교회는 감동적인 복음주의적 예배에 목숨을 걸겠다. 분당우리교회는 이찬수목사의 복음주의적 신앙으로 세워진 교회이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구원자로 인정하는 전통적인 대속적 구원론이고 분당우리교회는 이 신앙을 바탕으로 예배드리는 것에 교회의 목숨을 걸고 있다. 분립하는 교회도 이 복음주의 신앙에 근거하여 예배에 목숨을 걸 것이다. 분립 교회의 예배는 분당우리교회의 예배의 모범을 이어받되 더 뜨겁고 열정적인 한국교회의 부흥 운동 전통을 계승할 것이다.

둘째는 참여하는 선교에 헌신하겠다. 분당우리교회는 ‘미셔널처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분당우리교회는 ‘미셔널처치’의 정신으로 사회 전 영역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주되심에 순종하여, 보냄받은 자의 사명을 외치며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공평과 정의를 선포하고 실천하는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분립하는 교회 또한 이 정신을 이어받아 ‘미셔널처치’의 정신으로 하나님나라 선교에 동참할 뿐 아니라 복음 전도와 사회 선교의 현장에 참여하고 실천하는 교회가 될 것이다.

셋째는 실천하는 제자훈련을 진행하겠다. 분당우리교회의 ‘제자훈련’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그래서 교인들은 부름받고 보냄받은 제자의 삶에 관심이 많다. 분립하는 교회도 성경이 말하는 그 제자의 삶을 살아낼 수 있도록 제자훈련에 헌신하겠다. 무엇보다 말씀을 가르치고 배우는 교회가 될 것이다. 교회에서 배우는 교육과 훈련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삶의 현장에서 실천하는 훈련이 될 것이다. 우리의 다음세대들을 참되게 훈련하는 교회가 될 것이다.

넷째는 친밀한 공동체 교제를 이뤄가겠다. 분당우리교회는 진정한 가치는 ‘다락방’에 있다. 친밀한 코이노니아를 실천하려는 노력은 분립하는 교회에서 더욱 현실화될 것이다. 분립하는 교회는 작은 교회이기에 친밀한 공동체를 만들기가 더 용이하다. 분립교회는 신앙 공동체에서 생활 공동체로, 교회 공동체에서 지역 공동체로 나아가는 방향을 모색할 것이다.

다섯째는 민주적인 목회 운영이다. 분당우리교회는 건강한 교회다. 그 이유는 담임목사님이 건강한 인격과 목회윤리를 가진 분이기 때문이다. 분립교회는 이 정신을 이어받아 건강한 담임목사의 인격과 목회윤리 뿐만 아니라 민주적인 교회 제도와 적극적인 교인의 참여에 근거한 교회가 될 것이다.

끝으로 분립 교회는 포용하는 교회가 될 것이다. 특별한 사람들이 특별한 목적으로 모인 특별한 교회가 아니라 사자와 어린양이 함께 노는 하나님의 나라를 추구할 것이다. 젊은이와 늙은이가 함께 뛰는 교회, 보수와 진보가 함께 웃는 교회, 지역과 성별과 학력의 경계선들을 뛰어넘는 교회를 추구할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공동체란 나와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불편한 동거’를 의미한다. 어색하고 버겁지만, 다양성이 인정되고 아무도 소외당하거나 매도되지 않는 그런 교회가 정말 되고 싶다.

잠시 멈칫하다 대답했다. “집사님, 저는 그냥 평범한 교회 하려고요.” 감동적인 예배, 참여하는 선교, 실천하는 제자훈련, 친밀한 공동체, 민주적 목회가 이뤄지는 교회가 무슨 특별한 교회겠는가? 그냥 평범한 교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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