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일기 1

김성원 목사의 개척일기 1

어느 날 문득 부르셔서 ‘김목사가 내년 인큐베이팅 교회를 해볼래?’ 하신 담임목사님 옆에서 겉으론 웃었지만 속으로는 무척 당황했다. 담임목사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실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뭐라고 답해야할지 몰랐지만 잠시 머뭇거리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고 대답을 했다. 왜 그렇게 쉽게 열심히 하겠다고 했을까? 담임목사님 말에 무조건 순종하는 부목사 마인드가 작동했을까? 잘 모르겠지만 그러나 그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옳다고 생각을 했다. 짧은 순간 그것을 묵묵히 보시며 ‘기도해보자’ 하신 목사님의 이야기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9월 추석 전 다시 부르셔서 개척에 대한 의지를 다시 확인하셨다. ‘김목사 개척하는 것에 흔들림이 없나?’ 그리고 다시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대답을 드렸고 추석 지나 당회에 알리시겠다는 목사님의 말씀을 들으며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부산으로 내려가 어머니를 뵙고 ‘개척’한다는 말씀을 드렸다. 어머니께서는 내심 큰 교회로 ‘청빙’을 받아가길 기대하셨는데 문득 아들이 ‘개척’을 한다고 하니 적잖아 놀라셨던 것 같다. 아이들과 아내가 없는 단 둘의 시간 어머니가 물으셨다. 왜 ‘개척’이냐고? 난 어머니의 그 물음에 답을 해야 했다.

왜 개척을 해야 하는가? 이렇게 많은 교회들이 있음에도 왜 또다시 개척인가? 왜 교회를 분립해야 하는가? 분립개척의 목적은 무엇인가? 먼저는 다음의 4가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선교적 목적이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사람 낚는 어부로 부르셨다. 영혼을 구원하는 어부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배가 필요하다. 배가 있어야 물고기를 잡을 수 있고, 교회가 있어야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 복음의 선박을 건조하는 작업은 계속되어야 한다. 복음을 전파하려면 교회를 개척해야 한다.

둘째는 전략적 목적이다. 교회는 복음의 씨앗을 세상에 뿌려야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씨앗이 잘 자라지 않는다. 왜냐면 토양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교회에서는 직접 파종해도 구원의 수확을 얻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세상이 바뀌었다. 전도의 환경이 달라졌다. 이제는 할 수 있으면 모종을 심는 게 낫다. 개인이 아닌 공동체로 출발하는 게 더 좋다. 목사 개인을 통한 개척 모델이 실패하는 현실에서, 교회 분립을 통한 개척 모델을 대안적으로 실천할 필요가 있다.

셋째는 개교회적 목적이다. 자기 교회를 위하여 교회를 분립해야 한다. 교회는 그 속성상 성장을 지향할 수밖에 없다. 전도하여 구원받은 영혼들이 모이면 교인 수는 증가하기 나름이다. 그러면 반드시 수반하는 부작용은 교회의 세속화와 교제의 붕괴다. 사람과 돈이 모이면 권력이 생기고 이로 인해 교회는 부패한다. 교인의 증가와 친밀한 코이노니아의 가능성은 반비례한다. 그래서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교회 분립이다.

넷째는 공교회적 목적이다. 한국교회를 위하여 교회를 분립 개척해야 한다. 개척이 힘들다고 지금 교회를 세우지 않으면 미래 세대가 갈 교회는 없게 된다. 더욱이 거짓 목사, 가짜 교회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하나님나라를 바라는 올바른 신앙을 지켜 가는 남은 자들의 교회는 더욱 더 많아져야 한다. 지금 당신이 건강한 교회에 다니고 있다면, 그 교회는 당신이 세운 교회가 아닐 수 있다. 누군가 눈물 흘리며 헌신했기에 당신은 건강한 교회에 다닐 수 있는 것이다. 과거 세대가 심은 사과나무의 열매를 먹었으면, 이제는 미래 세대를 위해 새 사과나무를 심어야 한다.

분당우리교회는 올 연말에 또 하나의 교회를 분립 개척할 예정이다. 나는 그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하여 성도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우르를 떠나서 가나안으로 향하다가 하란에 멈춰선 아브라함에게 여호와께서 말씀하셨다. “떠나… 가라… 복이 될지라(창12:1-2).“ 사마리아 선교에 성공하고 앉아 있는 빌립에게 주의 사자가 말씀하셨다. “일어나서… 가라 하니 그 길은 광야라(행8:26)“ 광야로 가라. 하나님의 명령이다. 분립 개척, 그것은 사명이다. 우리 교회의, 그리고 한국교회의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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